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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08.5.28 보도
'경유 폭탄' 시외버스 적자 싣고 달린다 1대당 月400만원 손해… 절반이 자본잠식 택시는 유류세 부담액 면제, 버스는 없어
전북고속은 전주에서 춘천, 부산, 서울 등 전국 190개 도시를 오가는 시외버스업체. 이 회사는 다음달부터 버스 250대 중 30대를 운휴할 계획으로 노동조합과 협의 중이다. 치솟는 경유 값 때문에 버스를 굴릴수록 적자가 더 쌓이기 때문이다. 다른 시외버스 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시외버스(고속버스 포함) 1대당 월 평균 적자액은 350만~400만원에 달한다. 연합회는 전국 시외버스 100여개 업체 중 절반 가까이가 자본잠식 상태며 연간 적자액은 3000억원을 훨씬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시외버스는 전국 각지 5073개 노선을 달리면서 '서민의 발' 역할을 자처하고 있지만, 이런 식으로 '경유 대란'이 계속된다면 하반기 들어 버스업체들이 대거 파산하면서 이 발이 묶일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승객은 줄고 기름 값은 뛰고
27일 오전 10시 서울 남부터미널을 출발하는 유성행 버스에는 단 2명만이 타고 있었다. 이날 서산, 당진, 청양 등으로 떠난 버스에도 승객은 대당 10여명에 불과했다. 이처럼 시외버스 이용객은 매년 줄고 있다. 자가용 사용이 늘고, 항공편과 고속철로 승객들이 옮아갔기 때문. 1997년 연간 5억3000만명에 이르던 시외·고속버스 이용객은 2006년 2억8400만명까지 감소했다.
그런데 요금은 제자리다. 시외버스 요금은 정부가 통제하고 있다. 2006년 8월 이후로는 한번도 오르지 않았다. 그 사이 경유 값은 2배 가까이 올랐다.
견디다 못한 업체들이 지난 1월 국토해양부에 12.4~19.2% 인상안을 제출했지만 "당분간 어렵다"는 게 국토부 입장. 정부가 지난 3월 소비자물가를 잡겠다며 만든 관리 대상 52개 품목에 '시외버스료'를 포함시키며 인상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적자를 줄이려면 비수익 노선을 폐지해야 하지만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다"며 승인해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마음대로 운행을 중단하거나 빼먹으면 면허취소 등의 행정처벌을 받는다. 버스업체들은 사무실과 차고 곳곳에 "급출발·급제동 하지 맙시다", "유류주입은 하루분만" 등의 호소문을 붙이고 허리띠 졸라매기에 한창이다. 사무실과 버스 에어컨을 틀지 않거나, 엔진오일 교체 주기를 늘리는 등 고육책도 등장했다. 기름이 적게 드는 시속 100㎞ 경제속도로 운행하는 바람에 종종 도착이 늦어져 승객들 항의도 받는 게 요즘 풍경이다.
◆'서민의 발' 외면하는 정부 정책
정부는 이달 들어 택시 LPG 연료에 대해 유류세 부담액을 면제해줬다. 또 화물차나 출퇴근 승용차에 대해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조치가 잇따르고 있지만 버스는 이런 혜택을 못 받고 있다. 항공사는 기름 값에 따라 요금도 올리는 유류할증료제를 통해 부담을 덜고 있다.
정부도 고민이다. 매년 시외버스업체에 3000억원 상당을 지원하고 있지만 늘어나는 적자 폭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물가 안정이나 서민들 교통 편의를 위해 마냥 업체들 요구를 들어줄 수도 없는 형편이다. 강원여객 홍성구 대표는 "회사 입장에선 문을 닫거나 처벌을 감수하고라도 운행 횟수와 노선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입력 : 2008.05.28 00:46 / 수정 : 2008.05.28 14:31
이위재 기자 wjlee@chosun.com
이석호 기자 yoyt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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