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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발 시외버스 고사위기]
① 치솟는 기름값에 적자 눈덩이 업체는"발 동동" 정부대책은 "느긋"
2008-05-21 오후 2:24:06 게재
2002년 이후 경유가격 2.5배 상승 … 요금 실제인상률 3~4% 불과
정부 어긋난 물가대책 시외버스엔 치명타 … 일부선 면허반납도 검토
지방의 한 시외버스 업체는 유가급등에 따른 적자누적으로 비수익노선 면허취소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허가권자인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태세다. 시외버스 노선이 없어지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업체 관계자는 “기름값뿐만 아니라 차량 구입비용도 5년 사이 2배 가까이 올랐지만 요금은 제자리”라며 “공공서비스라는 원칙과 적자누적이라는 위기 사이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털어놨다. ‘서민의 발’ 시외버스가 고사위기에 내몰린 이유와 해결방안을 세 차례에 걸쳐 점검한다. /편집자
정부는 지난 3월 소비자물가 상승세를 잡기 위해 집중관리 대상으로 52개 생필품을 지정하며 ‘시외버스료’를 포함시켰다. 시외버스 요금이 지난 1년 이내 5% 이상 상승한 품목 26개 중 하나이면서 서민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선정이유였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 발표는 사실과 다르다. 시외버스 요금은 2년마다 정부와 시외버스 사업자들이 협의해 조정하는 것으로 가장 최근 인상은 2006년 8월 이뤄졌다. 당시 인상률이 10.6%였으니 인상시점과 대비한 2007~ 2008년 물가상승률을 5.4% 정도로 계산할 수 있다는 이상한 논리가 52개 품목 지정 이유였다.
물론 정부 발표대로라면 시외버스 요금은 2002년 8%, 2004년 12%, 2006년 10.6% 인상됐다. 그리 낮은 인상폭은 아니다.
문제는 정부 관료가 책상 앞에서 계산하는 것과 현장에서 피부로 체감하는 인상률이 다르다는데 있다. 2002년 이후 경유가격은 4배나 뛰었는데 실질 요금인상률은 3~4%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춘천~강릉 구간 요금은 2000년보다 낮아져 = 실제 현장요금을 살표보면 업계의 설명은 분명해진다.
동서울~거창 구간(282km)의 경우 2002년 시외버스료는 1만6700원이었다. 2006년 이상이후 현재까지 적용되는 요금은 1만7500원으로 6년 동안 4.8% 인상됐다. 익산~광주(118km)는 6900원에서 7200원, 춘천~수원(181km)은 1만1500원에서 1만1900원 오르는데 그쳤다.
심지어 일부 구간은 요금이 낮아지기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춘천~강릉 구간(176.1km)은 2000년 당시 1만500원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100원 내린 1만400원을 받고 있다. 춘천~원주 구간도 5300원에서 200원 인하된 5100원이다.
정부의 발표와 실질인상률 사이에 현격한 차이가 발생한 원인은 시외버스가 국도를 운행하느냐, 고속도로를 운행하느냐에 따라 다른 요금체계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시외버스 고속도로 운행요금은 2002년 이후 동결 = 시외버스 요금은 국도 1~200km 구간을 기준으로 △2002년 74.72원 △2004년 83.68원 △2006년~현재 92.55원 등으로 6년 동안 23.9% 인상됐다. 반면 시외버스가 고속도로를 운행할 경우 요금은 2002년 57.21원에서 동결돼 있다.
국도와 고속도로 요금을 단순히 합할 경우 시외버스 요금이 올랐다고 할 수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2002년 1900km였던 고속도로 연장이 현재 3000km까지 늘어났다는 점을 계산에서 제외한 것이 오류의 시작이다.
출발지와 도착지가 같더라도 국도 노선이 줄어들고 고속도로 노선이 늘어나면 인상폭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춘천~강릉과 춘천~원주 구간 요금이 2000년에 비해 낮아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 비롯됐다.
◆승객은 줄고 운영비용 늘고 ‘이중고’ =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동남회계법인에 의뢰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을 기준으로 한 시외버스 대당 월 운영비용은 1559만7774원으로 나타났다. 2003년 1163만1343원(영화회계법인 조사)에 비해 34.1% 늘어난 수치다.
원인은 간단하다. 전체 운영비용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하는 유류비와 인건비, 차량가격, 부품비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유류비의 경우 2003년 283만2032원에서 492만6821원으로 무려 74.0%나 늘었다. 2007년 조사시점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한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상승폭은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한 시외버스 업체 관계자는 “자가용 승용차가 농촌지역까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시외버스 승객은 크게 줄어들었다”며 “요금마저 정체되면서 수입은 줄어들고 있는데 원가만 높아지는 기형적인 모습이 구조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단순히 시외버스 요금만 올릴 경우 서민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고속·시외버스 이중기준 폐지 △유류세 면제 △유류할증제 도입 등의 구조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최근 유가급등으로 시외버스 업계가 힘들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며 “시외버스료가 물가안정을 위한 집중관리대상에 포함된 만큼 하반기 이후에나 요금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②정책 사각지대 자가용보다 정책 순위 밀린다
2008-05-22 오후 1:39:10 게재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조차 안돼 … 대중교통 활성화 역행
지방의 한 시외버스 업체는 유가급등에 따른 적자누적으로 비수익노선 면허취소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허가권자인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태세다. 시외버스 노선이 없어지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업체 관계자는 “기름값뿐만 아니라 차량 구입비용도 5년 사이 2배 가까이 올랐지만 요금은 제자리”라며 “공공서비스라는 원칙과 적자누적이라는 위기 사이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털어놨다. ‘서민의 발’ 시외버스가 고사위기에 내몰린 이유와 해결방안을 세 차례에 걸쳐 점검한다. /편집자
시외버스 주요 고객은 노인과 서민, 군인, 학생 등 ‘교통약자들’이다. 이들은 시외버스가 끊길 경우 시내버스나 지하철, 택시, 항공기, KTX 등 대체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외버스가 위기에 내몰릴수록 교통약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확률이 높아지는 셈이다.
하지만 정부의 대중교통 정책은 대도시 거주자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농촌~도시, 도시간 이동수단인 시외버스가 후순위로 밀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활성화 정책 대부분 대도시 집중 = 2004년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 부산, 광주, 마산 시내버스에는 경영상 적자를 지방자치단체가 보전하는 준공영제가 도입됐다. 환승제도 대중교통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도입된 제도다.
공급과잉으로 경영위기에 처한 택시업계에는 유가보조금을 줄이는 대신 LPG연료 유류세(리터당 170원)를 면제해 지원폭을 크게 확대했다.
항공기의 경우 4월 1일부터 국제선 유류할증제를 시행해 유가급등에 따른 경영적자를 보전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졌다. 화물차는 심야 고속도로 통행료 50% 할인혜택을 받고 있고 출퇴근 자가용 자동차도 고속도로 통행료를 할인받고 있다.
반면 시외버스 업체는 일부 유가보조를 받긴 하지만 경영상 적자를 세금으로 보전 받을 수도 없고 유류세를 면제받는 것도 아니다. 유류할증제도 도입되지 않았다. 공공재 성격이 강해 비수익노선을 마음대로 없애지 못하지만 늘어나는 적자를 보전 받을 방법도 없는 ‘이중고’에 빠진 셈이다.
시외버스 업계 관계자는 “시내버스나 지하철이 파업하면 어떻게 하든 대책을 수립하려 하는데 시외버스나 농어촌버스는 파업을 해도 회사의 적자만 늘어날 뿐”이라며 “서자(庶子) 취급을 받고 있다는 생각만 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자가용만 혜택 주는건 에너지 이용권 역차별 = 특히 시외버스가 고속도로를 경유하는 경우가 늘면서 운임에서의 손실뿐만 아니라 고속도로 통행료부담까지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것도 문제다. 고속도로 통행료가 전체 운송원가의 4%에 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화물차와 출퇴근차량과는 달리 할인혜택은 전혀 없는 상태이다.
대중교통에 대한 통행료 할인이 없는 상태에서 출퇴근 자가용 차량에만 혜택을 주는 것은 대중교통 활성화 방침은 물론 에너지·기후변화 대응정책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유진 녹색연합 에너지기후변화팀장은 “출퇴근 자가용에 대한 통행료 할인이나 택시에 대한 LPG 유류세 면제조치는 시외버스와 고속버스 이용자에 대한 에너지 이용권 역차별”이라며 “시외버스를 포함한 대중교통에 더 많은 혜택을 우선 배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속·시외버스 이원화 정책도 문제 = 고속버스와 시외버스에 대한 이중기준도 문제다. 광역자치단체가 허가권을 갖고 있는 시외버스가 새로운 노선을 개발할 경우 노선이 지나는 모든 지자체에 개별 허가를 얻어야 한다. 반면 고속버스는 국토해양부라는 단일창구를 통해 해결 가능하다.
시외버스 3분의 1이 28인승 우등버스로 대체되고 있지만 요금은 일반버스와 똑같다. 고속버스의 경우 일반버스 요금의 1.5배를 받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단일요금제를 갖고 있는 고속버스와 달리 시외버스는 국도와 고속도로 요금으로 이원화 되어 있다. 시외버스는 빠르고 편리한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할수록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외버스 업계 관계자는 “유가급등이 고속·시외버스 모두에게 부담이 되고 있지만 시외버스에 적용되는 복잡한 규제가 효율적인 경영의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며 “비가 오지 않으면 물을 공급받지 못하는 천수답(天水沓)처럼 정부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 업계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광역자치단체 사이의 이해관계 충돌이 일어날 경우 시외버스 신규노선 인허가가 거의 불가능한 것은 사실”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시외·고속버스 구분을 없애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③요금·제도 모두 고쳐야 승객·정부, 유가급등 부담 나누자
2008-05-23 오후 3:24:18 게재
급격한 요금인상은 물가안정 위협 … 우등요금 유류세면제 유류할증제 도입 필요
지방의 한 시외버스 업체는 유가급등에 따른 적자누적으로 비수익노선 면허취소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허가권자인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태세다. 시외버스 노선이 없어지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업체 관계자는 “기름값뿐만 아니라 차량 구입비용도 5년 사이 2배 가까이 올랐지만 요금은 제자리”라며 “공공서비스라는 원칙과 적자누적이라는 위기 사이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털어놨다. ‘서민의 발’ 시외버스가 고사위기에 내몰린 이유와 해결방안을 세 차례에 걸쳐 점검한다. /편집자
“조만간 시작될 임금협상에서 노동조합은 물가상승을 이유로 임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할 게 뻔한데 회사는 유가급등으로 적자만 불어나고 있으니 어떻게 해야 할 지 앞이 캄캄합니다.”
시외버스는 사회적 비용을 높이는 자가용 승용차와는 달리 제한된 도로용량을 효율적으로 이용해 사회적 비용을 극소화할 수 있으며 에너지 절감과 기후변화 대응에도 기여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시외버스가 지역간 교통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도록 지원·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유가, 특히 시외버스가 사용하는 경유가격이 급등하면서 시외버스는 단순히 요금만을 올린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요금차등화 통해 서비스 개선 유도해야 = 고사 직전의 시외버스를 살리기 위해 현실에 맞는 요금 조정은 당연한 귀결이다. 하지만 요금이 인상되면 그 부담이 시외버스 주요 승객인 노인, 학생, 군인 등 교통약자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 딜레마다.
더구나 물가상승으로 서민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상승분을 모두 반영한 요금인상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적절한 요금인상과 함께 현실에 맞는 제도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은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간의 이원화된 요금체계를 정비하는 일이다. 갈수록 승객이 줄고 있는 시외버스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은 우등요금제를 시외버스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시외버스도 서비스 등급에 따라 운임과 요금에 차별을 둠으로써 운행형태별 특징을 명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미 전체 시외버스의 3분의 1이 우등버스임에도 불구하고 고속버스와 달리 일반요금을 그대로 적용받는 것은 형평에도 어긋난다.
KTX와 항공기, 고속버스 등 고급 대중교통을 골라 이용할 수 있는 대도시민과 달리 시외버스 외에 대체교통수단이 없는 중·소도시민에게도 선택기회를 줘야 한다.
국토해양부는 시외버스 노선 중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노선의 경우 우등요금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만큼 시외버스 노선에 대한 우등요금제 확대는 문제가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소폭 요금인상 대신 유류세 면제 필요 = 정부는 유가보조를 통해 시외버스를 지원하고 있지만 현재 시점은 보조만으로 경영악화를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시외버스보다 고급 교통수단에 속하는 택시의 경우처럼 유류세 면제조치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실제 택시보다 시외버스의 유류세 면제가 우선 시행됐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재정보조금도 확대할 필요도 있다. 재정보조금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절반씩 부담하는 매칭펀드 성격을 지니고 있어 두 배의 효과를 낼 수 있다. 물론 견실한 업체가 성장할 수 있도록 재정보조금 확대와 함께 업계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것도 병행해야 한다.
시외버스 업체 관계자는 “유가급등으로 인한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현재로선 요금을 크게 올리는 방법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며 “승객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요금인상 요인을 찾아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가변동폭 크면 경영유연성도 떨어져 = 시외버스 요금을 정하는 국토해양부는 지난 2년간의 운행경비 변화와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버스요금을 조정하고 있다. 업계는 19.2%의 인상요구안을 지난 1월 국토해양부에 제출한 상태다.
문제는 정부의 요금조정 기준이 되는 경유가격이 급격하게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1월 1437원에 비해 5월 21일 현재 1790원인 인상분이 2010년까지 적용되는 시외버스 요금에 전혀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경비를 불변으로 잡더라도 현재 경유가 1729원을 적용하면 연초대비 대당 월 운영비용 인상폭은 120만원에 달한다”며 “200대의 버스를 가진 회사라면 2억4000만원에 달하는 추가 적자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4월 1일부터 국제선 항공기에 도입된 유류할증제를 시외버스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발주하는 건설공사의 경우에도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에스컬레이션)이 도입돼 있는 만큼 유가가 일정한 변동폭을 넘어설 경우 일시적으로 요금을 조정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유류할증제의 필요성은 느끼고 있지만 정부 부처간 이견으로 인해 도입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하반기 요금조정에 맞춰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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